1.
복직하기 직전에 민우랑 친정엄마랑 몇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일본 동생네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대지진으로 인하여 민우를 데려가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포기했다.
그러고서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려 휴직 초반에는 엄마랑 차에 아기 짐을 싣고 셋이서 동해-남해-서해로 연결되는 전국투어를 하자거나, 제주도에 일주일 가 있자거나, 외갓집이 있는 부산에 가자거나 하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었는데, 막상 복직 날짜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보니, 공사다망한 울엄마와 맞출 수 있는 여행일정이라는 게 없었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아기를 데리고도 좀 덜 불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꽤 있긴 하던데(그 중에서도 하나투어에서 기획한 고품격 국내여행인 내나라여행과 베이비시터가 포함되어 있는 플라잉베베는 나중에라도 꼭 한번 이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정해진 날짜에 짜여져 있어서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를 배신하고 혼자 친구와 제주 신라에서 좀 쉬다 오려 했는데, 그것도 무산되고 결국 혼자서 동생집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러고 나니 막상 내가 출근하면 엄마도 꼼짝없이 민우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복직 전에 최대한 엄마와 민우와 함께 놀러를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다녀온 곳이 남이섬과 에버랜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2.
+248일, 출근하는 주 월요일에서야 삼성 다니는 동생이 자유이용권을 해줘서 에버랜드에 갈 수 있었다.
뭐 평일이고 하니까, 사람이 많거나 하지는 않겠지 하고 거의 점심 때가 다 되어서 도착을 했는데, 이게 왠걸!!!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거다. 주차장도 바로 앞에 못대고 바깥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에버랜드에서 대여해 주는 유모차를 쓸까 하다가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셔틀타고 정문까지 가야하는 동안에도 유모차가 필요해서 그냥 우리 유모차를 꺼내서 짐을 실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셔틀을 타는 그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유모차를 들고 타야 하는 거다. 밀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버스문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다.
우리 유모차는 디럭스형이라 무게가 10키로에 달하고, 요새 민우도 슬슬 유모차 타기를 싫어해서 조금만 앉아있으면 내려달라고 난리를 치기 때문에 한번 들어올려주면 다시 안 앉으려고 하기 일쑤다.
그런데, 유모차를 들고 타야 하는 것이다. 후후후;;;;
한번이니까 그냥 엄마가 앞을 들고 내가 뒤를 들고 해서 버스에 올랐다. 직원은 사람들 안내하기에 바빴다.
정문 앞에 도착했다. 사람 참 많다. 어째서 평일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까....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지만, 휴가를 낸 건지 어쩐 건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민우만한 아기들도, 민우보다 더 어린 아기들도 많았다. 물론 가는 곳마다 유모차는 정말정말 많았다.
게다가 민우는 분유와 이유식을 먹고 있기 때문에 짐 정말 많았는데, 어디를 가든지 안에 들어가거나 타거나 하려면 짐을 다 빼내어 들고 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리프트도 못타고 그냥 걸어서 언덕을 내려가야 했다.
사람이 적었으면 즐겁게라도 갔겠는데, 가는 곳마다 기다리는 줄이 장난이 아니다.
서둘러 점심을 대충 먹고 퍼레이드를 보러 갔다. 민우는 호기심이 많은 아기라 표정변화 없이 집중해서 퍼레이드를 관찰했지만, 즐거워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퍼레이드 음악이 점점 커지며 북을 쳐대자, 놀라서 울어버리기 까지 했다.
퍼레이드라는 게 꽤 심각한 내용이군요.
퍼레이드 행렬을 시작하는 문앞에서 보고 사파리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유모차를 끌고 지나갈 길이 마땅치 않아 돌아가다보니 결국 또 퍼레이드 행렬에 갇히고 말았다.
그렇게 엄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사파리 버스를 타러 갔는데, 5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에버랜드까지 왔는데, 사파리 버스는 타야지 하고 줄을 섰는데, 유모차는 밖에 매어두지 않더라도 접어서 들고 탈 수 있다기에 유모차를 밀고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줄이 앞으로 가까워지고 보니 계단이 있는 거다. 단 몇 단이 아니고 거의 한 두 층 규모는 되더라. 정말 급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다. 수십분을 기다렸는데 포기를 해야 하나, 황당해 하고 있는데, 다행히 뒤에 줄을 서있던 가족의 아기 아빠가 유모차 앞을 들어주셔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유모차를 접어서 사파리 버스에 올랐는데, 유모차 둘 곳이 없다. 뒤에서 사람들은 밀려들어오고 통로에 유모차는 끼고;;;; 완전 진땀이 삐질삐질 났다. 엄마와 민우는 앞에 앉고 나는 유모차와 뒤에 앉았다. 온 몸에 짐가방을 잔뜩 메고;;;; 후아;;;;
이쯤되니 에버랜드가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도대체!!! 가족들을 위한 놀이시설에서 아기를 데리고 간 가족을 위한 배려는 어디 있단 말인가!!!
유모차는 아기 가족을 위한 가장 필요한 물품인데 끌고 다니면서 완전 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중간에 버릴 수도 없고, 짐이 많아서 그마저도 없으면 완전 지옥훈련이기 때문에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너무너무 힘들었다. ㅠㅜ
결국 사람에 치이고, 불편한 시스템에 경악하고, 날씨는 덥고, 기운도 빠지고 해서 장미정원을 한바퀴 돌고(민우는 이 무렵에야 잠이 들었다... ㅠㅜ), 자는 애를 깨워서 줄 안 서도 되는 지구마을만 들어가 보고는(것도 그냥 가기는 아쉽다고 엄마가 우겨서 할 수 없이 들어가 보았다는) 귀가해 버렸다.
난닝구 바람으로 분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참 시원하네요.
8개월 아기 데리고 에버랜드 다녀온 소감은 애가 혼자서 잘 걷고 동물들도 보면 즐거워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분유를 먹지 않고 간단하게 먹을 걸 챙겨가도 되는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에버랜드에는 절대 안 갈 것 같다.
그곳은 육아 전체가 아기 엄마와 아빠의 역량과 노력에만 맡겨진 채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우리 사회를 꼭 닮아 있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민우 아빠 없이 외할머니와 갔기 때문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아빠가 있었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음번엔 어떻게 해야 겠다는 각오는 섰지만 당분간은 안 갈 예정이다. 흥....
(물론 내가 안가도 에버랜드는 전혀 개의치 않겠지;;;;)
3.
+241일, 남이섬 당일치기...
전부터 엄마가 남이섬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셔서, 엄마를 모시고 민우와 함께 남이섬으로 길을 떠났다.
아기와 함께 가기 위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분유와 기저귀를 사기 위해 코스트코까지 들러서 가는 바람에 오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월요일이고 오후에 도착해서인지 나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비교적 한적하게 섬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섬안에 중국 본토 요리사가 한다는 중국 음식점이 있었는데, 음식이 특이하고 맛있었다.
섬 끝까지 가니까 펜션, 호텔들도 있었는데, 각각 독채로 되어 있고 인원수도 다양해서 용도별로 빌려 하룻밤 자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정말 끝내줄 것 같았다. 다음번엔 가족여행이든 뭐든 여기에서 함 묵어봐야 겠다.
민우는 중간 중간에 유모차를 안타겠다고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과자로 얼르고 수돗가에서 물도 튀겨주면서 놀아줘서 큰 무리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특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게 참 좋았다.
7시 이후에는 나오는 배가 30분 이상 간격으로 뜸해지니 한참 기다려야 했다.
섬에서 나오자 어둑어둑해져 버려서 그냥 근처에서 닭갈비를 먹으려 했는데, 문 연 곳이 몇개 없었다. 우리는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곳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는데, 안 먹고 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주차요금도 빼주고 친절해서 좋았다.
렌즈를 안껴서 눈이 가물가물한데 밤운전을 하느라 고생을 한 데다가 민우가 난데없이 카시트에 안 앉으려고 난동을 부려서 돌아오는 길은 좀 힘들었다. 결국 절대 카시트에서 내려주지 않는다는 내 원칙을 엄마가 깨버렸다. 애가 너무 넘어가니까 밤에 경기할까 무섭다며 민우를 내려줘 버렸다.
그 후에도 그 카시트에는 막무가내로 안 앉으려 해서 결국 바구니형 카시트의 교체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몇일 후 미리 사둔 앞보기형 카시트로 변경해 주었더니 다시 차 안에서 얌전히 잘 타고 간다. 무척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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